= 비금융인 자본시장 이해하기 = 

은행 트레이딩 본부의 시스템을 구축할 때 초보컨설턴트나 개발자에게는 낯선 용어가 많이 있다. 비금융인면서 자본시장 IT 종사자들이라면 필히 알야야 할 금융 개념들을 비금융인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해 보려 한다.


금융상품을 이해하는 첫번째는 금융상품의 정의를 반드시 확인하고 그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해'라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꼭 금융적 지식과 사고에 기인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는 것이다. 오히려 먼저 자신이 이해하는 세계에서의 '상식'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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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금융공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산운용시스템을 구축하던 때의 일이다. 당시 스왑 파생상품을 시스템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과 달리 스왑 상품은 일부 전문가들만이 취급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왑 거래를 취급해 본 적은 없지만 금융을 공부했었기에 어설프게나마 거래가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스왑 평가(Pricng) 기능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답답하셨는지 그분이 갑작스레 내게 질문을 던졌다. 

"스왑의 정의가 뭔가요?"

어느 금융책에서든 금융상품의 정의는 서두에 소개가 된다. 그런데 흔히 그 다음에 나오는 그 상품의 기능, 역사, 경제적 효과, 평가방식 등의 것들을 머리속에 담아두려 애쓰는 과정에서 막상 상품의 본래의 정의는 머리 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당시 나는 이 질문에 대해 간단히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스왑이 거래쌍방간에 어떤 동기(기대)에서 이뤄지는지 그리고 그런 거래는 왜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만 장황하게 늘어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스왑의 정의가 아니었다. 

정의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면 그 다음 논리 전개와 후속 과정을 곡해하거나 외우게 되기 쉽다. 당시 스왑 평가 방식에 대해 설명해 주어도 이해를 잘 못하는 모습에 스왑의 정의부터 재차 설명을 들어야 했던 이 사건은 내게 이후 새로운 상품명이 나올 때마다 그 상품이 무엇인지 인터넷검색을 하거나 주변에 자문을 구해 반드시 정의를 알아두는 습관을 갖게끔 해 주었다. 

금융상품의 정의는 간단한 한두 줄의 문장이지만 핵심을 모두 담고 있기에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이것은 자산운용시스템을 구축하는 IT종사자들에게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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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금융상품의 정의를 어떤 식으로 기억하고 있으면 될까? 사전적인 정의는 머리속에 잘 남지 않게 마련이다. 다시 <스왑> 상품을 예로 들어 정의를 소개하고 기억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금융상품의 정의를 확인한다.

스왑 거래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일정한 현금흐름을 일정한 가격조건에 따라 다른 형태의 일정한 현금흐름과 일정기간동안 교환할 것을 스왑상대방과 계약한 거래

둘째, 상품의 정의에서 핵심 문장과 키워드를 찾는다.

그럼 이 스왑의 정의를 어떻게 기억하면 좋을까? 핵심 문장과 키워드를 자신의 '상식'을 바탕으로 기억하면 된다. 이 정의에서 기억해야 할 핵심 문장은 '쌍방이 현금흐름과 현금흐름을 교환한다'는 내용이다. 더 짧은 키워드로 말하자면 '교환한다(exchange)'이다. 이것이 스왑을 정의하는 불변의 사항이다. 금융 세계에서의 스왑이므로 교환의 대상이 현금흐름이 되는 것 뿐이다. 역으로 말하면, 무엇이든 현금흐름을 교환하는 거래가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것은 모두 <스왑>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세째, 부수적으로 상품의 정의를 수식하는 어구를 파악한다.

반면 스왑의 정의에서 부수적인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가격조건>과 <기간>인데, 이 조건들이 스왑을 다양한 상품유형으로 변형되는 특질을 설명해 주며 일종의 스왑의 유형을 알려주는 수식어 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이자율 스왑 상품의 일반적인 형태는 다음과 같다.

    • 원화 고정금리 현금흐름을 달러 고정금리 현금흐름과 교환, 5년 만기
    • 원화 고정금리 현금흐름을 달러 변동금리 현금흐름과 교환, 5년 만기
    • 원화 변동금리 현금흐름을 달러 고정금리 현금흐름과 교환, 5년 만기
    • 원화 변동금리 현금흐름을 달러 변동금리 현금흐름과 교환, 5년 만기

여기서 원화, 달러, 고정금리, 변동금리가 <가격조건>에 해당이 될 것이며 5년 만기가 <기간>이 될 것이다. 가격조건과 기간은 계약에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변형으로 이자율 스왑 상품에서 이런 것도 가능하다.

    • 미국 채권 현금흐름을 달러 변동금리 현금흐름과 교환 
      (참고: 이 상품을 Asset Swap이라고 부른다.) 

스왑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어떤 형태이든지 쌍방이 현금흐름을 교환하면 스왑 상품이 된다. 스왑 상품의 정의로부터 핵심 키워드와 부수적 사항을 파악하고 있으면 수없이 많은 스왑 상품유형을 일일이 습득하려 노력하는 수고를 덜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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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금융상품의 정의를 이해했다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시스템을 한 번 들여다 보자. 그 상품을 취급하는 거래화면이 얼마나 그 상품의 정의를 잘 담고 있다고 느껴 지는가? 만일 부수적인 조건이 조금 달라진 상품이 나온다면 지금 거래화면을 고치지 않고도 수용이 가능할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야 할까? 아마도 현재 자산운용시스템이 갖는 한계가 눈에 보일 것이다.

생각을 확장해 보자. IT 전문가로서 특정 상품을 취급하는 정보시스템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그 상품의 거래를 취급하는 프론트 오피스, 미들 오피스, 백 오피스 담당자는 각기 어떤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자산운용시스템 구축에 종사하는 IT인들이라면 금융상품의 정의를 간과하지 말고 반드시 자신의 키워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자본시장 IT에서 부딪히는 여타 금융용어(terminology)에 대해서도 틈틈히 익혀나간다면 도움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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