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역사소설읽었다.

 

역사 속 한 여인이 있었다.

 

13세에 결혼을 하고, 16세에 첫 아들을 낳고, 17세에 첫 딸을 낳고, 18세에 둘째 아들을 낳아 슬하에 세 자녀를 두었다.

17세에 나라에 난이 일어나 시아버지가 왕이 되었고, 그녀는 그 때부터 대궐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20세에 남편이 병으로 요절하고 이듬해에 대궐에서 사가로 돌아와 살게 되었다.

32세에 둘째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다시 대궐로 들어왔다.

왕이 된 아들이 새로 맏이한 며느리(중전)는 폐서인이 되었고 이어 사약을 받고 죽었다.

손자에게서는 "왜 제 어머니를 죽이셨습니까?"라는 불손한 말까지 들었다.

그리고 이 여인은 이 일이 있은 1개월 남짓 후에 사망했다.

 

조선시대 세조(수양대군)의 맏며느리, 덕종(의경세자)의 아내, 성종의 어머니, 연산군의 할머니였던 소혜왕후 인수대비의 삶이다. 자신의 가족에서 네 명의 왕을 거쳤던 여인. 파란만장한 삶이라는 건 인수대비 같은 여정을 보낸 이에게 어울릴 것이다. 게다가 당시의 여인네 치고는 꽤 박식하고 총명했다고 한다. 그러니만큼 방송에서 사극 드라마로도 참 많이도 만들어졌다. 

 

1984년 MBC '조선왕조 500년 - 설중매'

1988년 KBS1 '왕과 비'

2007년 SBS '왕과 나'

2011년 JTBC '인수대비'

 

인수대비를 말하자면 피바람, 광풍을 겪은 비운의 여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인물에 대한 평가를 할만큼 역사에 박식하지는 않으므로 이러쿵 저러쿵 자신있게 더 할 말은 없다.

 

'행복했을까?'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있었을까?'

 

행복에 관한 이런 생각만은 끊이지 않고 맴돌며 올라온다.

그녀 자신은 광풍이 훑고 지나간 듯한 삶을 살았건만, 부녀자들의 교육을 위해 내훈을 집필하기까지 했다. 후대에 반면교사로 삼고자 하는 바램이 담겨 있었을 터.

 

'행복하게 산다는 건 무얼까?'

'행복에의 바램을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예전보다 나은 삶을 누리는 것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이 불쑥 솓아오른다.

오늘날의 상류층 사회도 이와 비슷한 건 아닐까? 

평범하게 사는 행복이 더 소중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읽었던 소설책 보기]

인수대비 - 10점
이수광 지음/미루북스

 * 이 책은 아쉽게도 교정작업이 깔끔하지 못했다. 오타가 많아 몰입하는데 옥에 티가 되었다.  

 

[다른 소설책 보기]

최근에 나온 신간 중에 인수대비에 관한 소설 한 권 (아래 클릭)

피바람 인수대비 - 상 - 10점
이은식 지음/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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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영향으로 급기야 내친김에 <징비록>까지 읽었다. 

그동안 읽어야지 마음은 있어도 손을 대지 않다가 영화 한 편이 메마른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들어 준 셈이다.
 
징비록 - 10점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서해문집
징비록(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오래된 책방02)

이번에 읽은 책은 징비록 1, 2권 그리고 녹후잡기 세 편을 번역한 책이었다. 

한 사람의 기록이 이토록 전쟁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가히 조선의 위정자들은 "기록"을 소중히 여겼음을 단적으로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상황을 시간순으로 잘 정리하여 서술하고 있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 <명량>으로 이순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니 <징비록>에서도 이순신에 대해 쓰여진 대목을 체크해 보았다. 모두 여섯번 등장한다.

1. 이순신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한 일
2. 전라수군절도사 이순신이 거제도 앞바다에서 왜적을 크게 물리친 일
3.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하옥당한 일
4.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일
5.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진도 벽파정에서 왜적을 물리치고(명량해전) 이후 명나라 장수 진린과 협조하게 된 일
6.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의 노량해전 전투와 죽음, 이순신에 대한 애도의 글

특별히 마지막 여섯번째에서는 이순신에 대한 애도와 평가의 글을 상대적으로 많이 할애한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유성룡이 이순신을 천거했기 때문에 각별한 애정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주목할 점은 녹후잡기에서는 여러차례 임진왜란의 전조가 있었음에도 대비하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 그리고 후손들이 다시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려는 한 나라 지도자의 애끓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와 관련한 몇몇 구절을 옮겨 적는다.

"큰 일이 일어날 때에는 비록 사전에 알지는 못할지라도 이상한 조짐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앞서 이 내용을 기록했지만 다시 한 번 특별히 기록하는 까닭은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이다."

KBS 1TV가 대하사극 '정도전' 후속으로 유성룡의 이야기를 다룬 '징비록'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꼭 시청하련다.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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