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지 : 거리의 반란>은 좀 끔찍한 설정의 영화입니다. 흡사 컬트 무비와 같은 느낌이고 보고 나면 찜찜한 그런 류의 영화죠.
영화 제목에 있는 '퍼지(Purge)'라는 단어는 정보기술(IT) 분야, 특히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오래도록 쌓이고 사용되지 않는 쓸모없어진 데이터를 모조리 폐기처분해 버리는 과정을 Purge라고 하며 정기적으로 Data Purge 정책을 갖고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그래서 데이터에 관해서 이 단어가 주는 어감은 시스템을 가볍게 하고 청소한다는 의미에서 시원스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렇다해도 자칫 중요한 데이터까지 같이 날려 버려서는 안되니 퍼지는 주의를 요하는 작업이 되겠지요.
하지만 영화에서 퍼지의 대상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1년에 한 차례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의 시간을 인간 대청소의 자유시간으로 허락해 준다는 설정인데요, 그래서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그날 밤 동안 일어나는 잔혹한 살인의 현장들을 보여 줍니다. 그렇게 자연 정화가 될 수 있다고 주창한 한 위대한 지도자를 칭송하면서 말이죠.
1년에 단 한 차례 폭력과 살인도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사회. 그런 사회가 현실화될리도 없지만 그런 상상을 하고 영화로 만들고 관객의 주의를 끌어모은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마음 깊은 곳의 본성을 슬그머니 건드려 주기 때문은 아닐런지 생각해 봅니다.
주인공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해서 영화를 끝까지 보긴 했지만 유쾌함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여서인지 추천하고픈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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