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처음 접할 때는 인터넷 상에서 현금 대신 통용되는 디지털 가상 코인 정도인 줄 알았다. 한 때 유행하다가 그칠 수 있는 그런 아이디어 정도. 그런데 어떤 곳의 비트코인 거래소가 해킹되었다는 소식도 들리더니 비트코인에 관한 주제가 간헐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된다. 급기야 각 나라 정부로부터 비트코인에 관한 그들 나름의 시각에 대해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뭐지? 심상치 않은 것까지는 짐작하겠는데 뭐라고 딱 정의해서 얘기하기에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예사로운 녀석은 아닌 듯 하다. 유행하다 사그라들 수도 있었을 새로운 개념인데 고놈 참 끈질기다는 생각을 할 즈음, 도서관에서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비트코인은 강했다.』 요즘 드는 생각과 딱 맞닿은 어감의 책 제목.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진다. 비트코인은 무엇인가에 관한 고찰과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는 것이 첫번째 파트이고, 박쥐 이야기를 빗대어 화폐란 무엇인가와 화폐의 역사적인 발전을 살펴봄과 동시에 그 속에서 비트코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두번째 파트이다. 비트코인에 관한 기술서라기 보다는 화폐 경제에 관해 일반인의 이해를 도우면서 비트코인과 화폐에 대한 여러 각도의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에 비트코인의 동작원리에 대한 호기심에서 읽은 책은 이내 화폐경제에 관한 대중서적으로 다가왔고, 첫 날 첫번째 파트를 읽고 다음날 두번째 파트를 모두 읽어 버렸다.



비트코인은 강했다 - 10점
오태민 지음, 이평기 그림/KD Books(케이디북스)



비트코인을 창시한 사토시 나카모토는 "A Peer 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도 비트코인이 무엇이라고 단정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런 질문이 맞는 질문일까 생각하게 한다. 비트코인은 그만큼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까닭이다. 


이 책을 통해 몇가지 인지하게 된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비트코인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화폐이며 '암호화된 화폐(암폐: crypto-currency)'라고 할 수 있는데 비트코인 자체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비트코인을 둘러싼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가 비트코인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비트코인과 화폐라는 관점에서 볼 때 비트코인은 그 속성상 채굴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화폐'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화폐는 신용이라는 점에서 비트코인이 발전하려면 신용 시스템과의 연계 시도가 어떻게든 이루어질 것인데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디플레이션 화폐라는 속성과 지위가 흔들리게 되는 모순적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 비트코인 발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국가'와 '정부'이다. 국가마다 현재의 입장은 다소의 온도차가 있기는 하지만 탈중심 P2P 시스템으로써 어떻게든 정부의 규제 대상으로 부각될 것이며, 또한 인플레이션 화폐를 필요로 하는 국가에게 있어 비트코인은 골칫거리일 수 밖에 없다.
  • 비트코인이 궁극적으로 화폐로써 자리매김한다는 시각에서 볼 때 비트코인은 아직은 '자기완결적 화폐'는 아니다. 비트코인으로 송금하고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지불하고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하고 비트코인으로 재화를 구매하는 등의 비트코인 '돈'만 있어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는 자기완결성은 아직까지는 갖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제 3의 글로벌 화폐가 될 수 있는 도전과 비트코인 실험의 가능성은 계속 주목할 만하다고 보여진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비트코인의 미래는 향후 2~3년간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축통화로써 달러 지위에 대한 의문, 그리고 중국 위안화의 도전, 반면 최근의 미국제 회복에 따른 슈퍼달러 기조. 각종 금융(간편)결제 시스템의 등장과 경쟁.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화폐이자 금융 시스템. 2010년대 중반의 시기는 무언가가 바뀌어도 크게 바뀔 그런 시대로 기록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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