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극장가에 국내영화 4파전이라 불리운 개봉작들이 있다. 군도, 명량, 해적, 해무이다. 부제를 빼면 제목이 모두 두 글자. 어느 누가 얘기한 것처럼 두 글자 제목이 흥행이 잘 된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재미로 말하자면 해적이 최고이고 흥행 성적으로는 명량이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군도는 꽤 흥행할 것처럼 보였으나 반짝 하고는 사그라들었다. 반며 재미로나 흥행으로 볼 때 해무는 나머지 작품들에 비해서는 우울하고 어두운 영상이고 19금 영화여서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영화였다.    


여하간 시간차를 좀 두고 네 편의 영화를 모두 보았다. 세 편의 영화는 감상평을 이미 포스팅했고 오늘은 해무에 대해 쓰고자 한다. 

 

삶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인생들 <군도 : 민란의 시대>

 

지극한 정성에서 베어나온 승리 - 영화 <명량>과 참된 지도자 <이순신>

 

유쾌함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해무는 가장 오래 생각하고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충격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작품성은 높게 평가하고픈 영화이다. 




해무 (2014)

Haemoo 
7.2
감독
심성보
출연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문성근, 김상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111 분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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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바다에서 고기잡이 배로 잘 나가던 ‘전진호’(배의 이름)는 수확이 신통치 않고 감척 사업 대상이 된다. 배를 잃을 수는 없는 노릇. 선장 '철주'(김윤석)는 배를 지키기 위해 딱 한 번이라 생각하고 '밀항'을 돕는 일을 하기로 독단적으로 결심을 하고 계약을 해 버린다. 그리고 선원들에게 제안. 제안이라기 보다 지시라고 봐야 할 듯. 말 그대로 한 배를 탔으니 말이다. 선장이 이미 선수금으로 받은 돈까지 나눠주면서 제안하니 선원들로서는 좋든 싫든 할 수 밖에.

 

디어 '전진호'는 출항하고 바다 어느 지점에선가 밀항자들을 싣고 오는 배를 만나 밀항자들을 넘겨 받는다. 이제 이들을 종착지까지 운반하는 책임을 맡은 선장과 선원들의 이야기이다.


밀항자들을 배에 태운 선원들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경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어창에 가두며 어두움이 깔리자 밀항자들 중 유일한 여성 2명을 어떻게든 차지해 보려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다음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홍매(한예리)를 제외하고 밀항자 모두가 어창 안에서 죽게 된다. 이 사고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난감하게 된 선원들.

 

바다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해무'가 짙게 드리운다. 선장은 죽은 밀항자들을 모두 바다에 쳐 넣으라고 지시한다. 더구나 육지로 떠내려오면 안되니 도끼, 칼로 피를 내게 하고 덩치가 큰 사람은 토막을 내서 바다에 넣으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선원들은 짐짓 망설이지만 달리 방도가 없어 지시대로 이 모든 일을 이행하고야 만다. 이것이 사람으로서 할 일일까? 더구나 충격적인 것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실제 사건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인간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 이야기일 것이다.

 

바다에 전진호의 선장과 선원들을 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고맙게도 해무까지 끼여 자신들 스스로도 고립된 상태. 아무도 보이는 이 없는 상황. 사건, 사고, 불법. 이 모든 것을 감추고자 한다면 감출 수 있는 상황. 선장의 지시라고는 하지만 선원들도 한 배를 탄 이상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

 

내가 이 배의 선원이었으면 나는 선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었을까?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 그대로 따르지 않았을까? 현실에서 '죽은 사람을 처리하는 것'이 다른 매개로 대치되어 주어지는 불법적인 상황이 일어난다면, 거기에 나도 엮여 있다면 나는 과연 공의를 따르지 않는 지시를 거부하고 옳을 일을 행할 용기가 있을까?

 

재미를 추구한다면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없다.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은 인생, 절치부심 살아가는 인생, 피로 뒤범벅이된 인간 군상의 이야기에 가치를 둔다면 해무는 언제라도 다시 볼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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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봉한 판타지 SF 영화 두 편이 있다. <더 기버 : 기억전달자>와 <다이버전트>이다. 국내에서 그리 흥행하지는 못했다. 스펙터클한 SF라기 보다는 '인간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들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바깥 세상과 벽을 쌓고 '안전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혹은 완벽하게 선정하는 절차를 거쳐 각각의 역할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더 기버 : 기억전달자>에서는 성인이 되면 자신의 사회적인 역할이 결정되어 버린다. 그리고 '쓸데없다'고 정의해 버린 인간의 감정을 통제하는 주사를 매일 맞는다. 



더 기버 : 기억전달자 (2014)

The Giver 
6.8
감독
필립 노이스
출연
브렌튼 스웨이츠, 테일러 스위프트, 메릴 스트립, 제프 브리지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정보
드라마, 판타지, SF | 미국 | 97 분 |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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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전트>에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성인이 되면 사회성 역할에 따라 다섯 부족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아니 선택하게끔 한다. 그 중에 속하지 못하거나 특출날 경우 '다이버전트(divergent)'라 하여 제거 대상이 된다.  



다이버전트 (2014)

Divergent 
7.1
감독
닐 버거
출연
쉐일린 우들리, 테오 제임스, 케이트 윈슬렛, 애슐리 쥬드, 재이 코트니
정보
SF, 판타지, 액션, 로맨스/멜로 | 미국 | 140 분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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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영화를 보노라면 10년 전 개봉했던 영화 <이퀼리브리엄>이 떠오른다. 크리스찬 베일의 액션이 아주 멋드러졌던 영화다. 이 곳에서는 모든 구성원은 매일 약을 먹으며 그럼으로써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의 감정이 사라지게 한다. 예술활동이나 책 같은 것을 보는 것을 금지한다.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악으로 여긴다. 



이퀼리브리엄 (2003)

Equilibrium 
8.6
감독
커트 위머
출연
크리스찬 베일, 테이 딕스, 에밀리 왓슨, 앵거스 맥페이든, 도미닉 퍼셀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07 분 | 200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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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영화 외에도 미래의 어느 날, 인간의 감정과 본성을 인간 사회를 흔들고 위험하게 하는 '악'으로 규정하고 완벽한 통제 하에 사회 체제를 유지한다는 영화적 설정은 자주 반복되는 소재인 것 같다. 그리고 종국에는 몇몇 선각자들에 의해 인간 본성을 회복하게 되고 사회 전체가 본래의 모습으로 환원되어 가는 과정을 스릴감 있게 그리고 있다는데 재미가 있다. 


영화 제작자들이 이런 설정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안에 모든 사람을 통제하고픈 욕구가 있어 그런 것은 아닐까? 일부 도를 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사람들이 사라졌으면 하고 생각해 본 적이 누구나 있지 않을까? 모두가 깨끗하고 선하고 도덕적이며 자기 역할에 충실한 세상. 이런 세상을 그리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것을 유토피아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유토피아. 유토피아는 인간 본성과 감정이 말살되는 세상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 똑같이 생각하고 동일한 인지를 하는 세상이 아닐 거라 생각한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지만, 그 다양함 속에서 공통의 선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는 세상이 아닐런지. 그래서 우리 각자는 조금씩이라도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실존'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 세상에 완벽한 통제의 체제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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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좀 이상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 단편 소설도 썼구나 싶어 집었는데 2014년 신간이다. 장편소설로 유명한 작가이어서 단편소설도 쓰는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림이 함께 있어 마치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도서관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문학사상사


이 책은 한 소년이 시립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려 하다가 감옥에 갖히게 된다는 희한한 설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등장인물들. 꿈인것 같기도 하고 몽상인 듯 보이는 몽환적인 판타지 이야기이다. 너무 짧은 이야기라 서평을 쓰기도 좀 민망스럽다. 


엉뚱해 보이는 이야기 전개. 좀 당혹스럽다. 작가는 독자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한 걸까?   


한가지 내게 남는 점은, 소년이 이야기 전개 속에서 자신이 '길들여졌다'고 독백처럼 던지는 자신의 성격에 관한 대사 몇마디이다. 


"나는 (...) 달아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달아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나는 뭔가를 딱 잘라 거절하는데 영 서툰 것이다."

"나는 원래부터 시키는 대로 얌전하게 해 버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소년의 약하다 못해 의기소침한 성격이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그가 겪은 이상한 도서관에서의 이야기가 실제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냄새를 풍긴다. 그런데 이상한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난 그에게 인지되는 것은 그의 가죽구두와 찌르레기가 이상한 도서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 그의 곁에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어머니도 돌아가셨다는 것. 


어쩌면 작가는 유약한 한 소년의 눈과 경험을 통해 '상실'이란 무엇인가, 왜 일어나는가를 말해 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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