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때 있었던 일이다 

점심시간에 몇가지 개인 용무를 보느라 좀 늦게 홀로 점심을 먹게 되었다. 

남대문 시장 부근 식당에서 라면을 주문했는데 자리가 부족하여 어떤 할아버님과 겸상을 하게 되었다
어르신은 칠순은 훌쩍 넘으신 것 같았는데 이가 좋지 않으실터, 오뎅 세 꼬치를 주문하셨다. 

내 라면이 먼저 나왔다. 그리고 어르신 오뎅도 나왔다. 마침 내 자리쪽에 간장이 있어 얼른 간장을 따라 드렸다. 나는 후루룩 빨리 라면을 먹어 치우는 반면 어르신은 천천히 오물오물 씹어 드시느라 한개를 드시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내가 라면을 거의 다 먹을 즈음 갑자기 오뎅 하나를 건네주신다. 자신은 다 못 드신다면서... 젊은 사람이 잘 먹으니 좀 더 먹으라면서 말이다. 주신 분 성의를 생각해서 넙쭉 받아 맛있게 먹었다. 오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니깐^^

그랬더니 잠시 뒤에 오뎅 두 꼬치를 더 주문하신다. 그러면서 하나 더 먹으라신다. 두번째는 염치가 없는 것 같아 극구 사양하고 일어나려 했는데 하도 권하시는 바람에 받았다

먼저 자리를 일어나면서는 감사 인사를 하고 나왔다

기분 좋은 점심 식사
이게 우리네 정 아닐런지...

젊은이가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이 젊은이를 다독여주는
그런 오고가는 정을 간만에 느껴본 하루였다

- 2012년 11월 8일 (페이스북 글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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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영향으로 급기야 내친김에 <징비록>까지 읽었다. 

그동안 읽어야지 마음은 있어도 손을 대지 않다가 영화 한 편이 메마른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들어 준 셈이다.
 
징비록 - 10점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서해문집
징비록(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오래된 책방02)

이번에 읽은 책은 징비록 1, 2권 그리고 녹후잡기 세 편을 번역한 책이었다. 

한 사람의 기록이 이토록 전쟁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가히 조선의 위정자들은 "기록"을 소중히 여겼음을 단적으로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상황을 시간순으로 잘 정리하여 서술하고 있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 <명량>으로 이순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니 <징비록>에서도 이순신에 대해 쓰여진 대목을 체크해 보았다. 모두 여섯번 등장한다.

1. 이순신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한 일
2. 전라수군절도사 이순신이 거제도 앞바다에서 왜적을 크게 물리친 일
3.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하옥당한 일
4.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일
5.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진도 벽파정에서 왜적을 물리치고(명량해전) 이후 명나라 장수 진린과 협조하게 된 일
6.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의 노량해전 전투와 죽음, 이순신에 대한 애도의 글

특별히 마지막 여섯번째에서는 이순신에 대한 애도와 평가의 글을 상대적으로 많이 할애한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유성룡이 이순신을 천거했기 때문에 각별한 애정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주목할 점은 녹후잡기에서는 여러차례 임진왜란의 전조가 있었음에도 대비하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 그리고 후손들이 다시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려는 한 나라 지도자의 애끓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와 관련한 몇몇 구절을 옮겨 적는다.

"큰 일이 일어날 때에는 비록 사전에 알지는 못할지라도 이상한 조짐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앞서 이 내용을 기록했지만 다시 한 번 특별히 기록하는 까닭은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이다."

KBS 1TV가 대하사극 '정도전' 후속으로 유성룡의 이야기를 다룬 '징비록'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꼭 시청하련다.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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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장기 둘 때 상()이 직선으로 한칸, 대각선으로 두칸 가는 거 맞지?"
"응, 맞아"
"D(친구)랑 장기 두는 데 아빠가 얘기 좀 해 줘"

그러면서 친구가 듣도록 전화를 넘겨 준다. 아마도 친구랑 장기를 두는데 둘의 주장이 서로 달랐나 보다. 얼마 전부터 장기를 가르쳐 주었는데 재미 있어 하더니 그 새 친구랑 장기를 두는 모양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홀로 기분 좋아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들이 아빠가 가르쳐준 걸 기억하고 친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기특했고, 아빠를 믿고 의지한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더해졌다. 자신을 믿어주고 힘이 되어줄 이로서 아빠에게 연락을 하는 상황이 마치 나에게 '너 아빠 노릇 좀 하는구나' 하는 유치한 자랑스러움으로 솟아 올랐다.

아들은 초등3년생이다. 
언제까지일까? 아빠가 하는 말을 순수하게 절대 진리인 양 믿고 따를 시기가. 
조금만 더 지나면 아빠 말이 틀렸네, 구시대적 잔소리네 하면서 뭉갤 날이 곧 다가오겠지. 그리고 사춘기의 반항의 시기를 맞이하겠지.
커다란 산이라 여기던 아빠의 모습이, 알고보니 소심하고 겁 많고 비겁쟁이 아빠였음을 알아채는 날이 오겠지.
피할 수 없는 날이 언젠가 다가올텐데... 그 때가 되면 아빠의 말을 얼마나 믿어줄까. 아니 듣기나 할까?

아들아 네가 좀 더 장성하여 머리가 굵어지는 그 때가 오더라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눈꼽만큼이라도 아빠가 네가 기대고 의지할 나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욕심일까? 그래도 기대하며 너를 키운다. 아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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