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장기 둘 때 상()이 직선으로 한칸, 대각선으로 두칸 가는 거 맞지?"
"응, 맞아"
"D(친구)랑 장기 두는 데 아빠가 얘기 좀 해 줘"

그러면서 친구가 듣도록 전화를 넘겨 준다. 아마도 친구랑 장기를 두는데 둘의 주장이 서로 달랐나 보다. 얼마 전부터 장기를 가르쳐 주었는데 재미 있어 하더니 그 새 친구랑 장기를 두는 모양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홀로 기분 좋아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들이 아빠가 가르쳐준 걸 기억하고 친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기특했고, 아빠를 믿고 의지한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더해졌다. 자신을 믿어주고 힘이 되어줄 이로서 아빠에게 연락을 하는 상황이 마치 나에게 '너 아빠 노릇 좀 하는구나' 하는 유치한 자랑스러움으로 솟아 올랐다.

아들은 초등3년생이다. 
언제까지일까? 아빠가 하는 말을 순수하게 절대 진리인 양 믿고 따를 시기가. 
조금만 더 지나면 아빠 말이 틀렸네, 구시대적 잔소리네 하면서 뭉갤 날이 곧 다가오겠지. 그리고 사춘기의 반항의 시기를 맞이하겠지.
커다란 산이라 여기던 아빠의 모습이, 알고보니 소심하고 겁 많고 비겁쟁이 아빠였음을 알아채는 날이 오겠지.
피할 수 없는 날이 언젠가 다가올텐데... 그 때가 되면 아빠의 말을 얼마나 믿어줄까. 아니 듣기나 할까?

아들아 네가 좀 더 장성하여 머리가 굵어지는 그 때가 오더라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눈꼽만큼이라도 아빠가 네가 기대고 의지할 나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욕심일까? 그래도 기대하며 너를 키운다. 아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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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최인호 유고집 "눈물" / 2013년 12월 발간


눈물 - 10점
최인호 지음/여백(여백미디어)


우리나라 유명 "소설가" 최인호. 그의 생애 후반기는 소설가에 이어 "신앙인"으로서 자리매김한듯 하다.
그의 유고집 "눈물"은 그가 신앙인의 모습으로 변모한 자신을 얼마나 진실되게 드러내 놓았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는지를 보여주는 자전적 편지글 형식의 책이다.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에 감동을 받을 뿐 아니라, 5년이라는 긴 암투병의 고통 앞에서도 자신의 본분인 "소설"에 끝까지 열정을 바친 모습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천주교 신자이든지 기독교 신자이든지 혹은 종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들이라도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소설가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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