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대합실과 열차 안에서 2시간 반, 집에 도착해서 2시간 반. 이렇게 내리 5시간 가량을 340 페이지 분량의 소설책 한 권에 파묻혔다. 책 한 권을 쉬지 않고 내리 독파한 것은 목도 아프고 눈에 피로감도 쉬이 갖는 내게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열차가 출발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책 한 권을 계속 읽었다는 것이며 집에서 1시간 이상을 한 권의 책에 집중한다는 건 내겐 낯선 일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더라도 중간에 딴 짓을 하며 '환기'를 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대단한 베스트셀러 유명 작가의 책도 아니면서 그저 시간을 때워 볼까 싶어 도서관에서 고른 소설책 한 권에 이토록 매료되다니 참 별일이다. 이런게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가 아닐런지. 아마도 별 것 아닌 옛 시절을 회고하는 일상의 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펼쳐지는 진실의 발견이 도저히 책을 다음날까지 넘기면 안되게끔 붙들었던 것 같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 송시우 지음/시공사 |
소설은 현재의 커리어우먼 현수빈을 주인공으로 그가 쓰게 된 유년기행 연재컬럼을 매개로 옛 연탄가스 사망 사건을 상기시키고 그 사건의 실타래를 조금씩 열어 보인다. 수빈의 어릴적 시절 1980년대 이야기를 보노라면 지루함보다는 아련한 향수가 풍겨난다. 나의 유년시절과 겹쳐지며 그 시절 한 지붕 아래 있었던 이웃들은 지금 무얼하며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어렵게 살던 시절의 아련함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며 수빈과 이웃들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면서 그때의 사건과 그 사건 너머에 감춰졌던 어른들만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우리네 그 때 그 시절을 배경으로 펼쳐진 탓인지 그 풍경을 상상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TV 작가나 영화 제작자라면 영상화해서 TV에서나 영화관에서 상영해 봄 직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라면 300~500만 관객 이상은 너끈히 모으며 쏠쏠한 재미를 전달해 주는 작품일 것 같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에 그 때 그 시절 아련함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해 주고 싶은 소설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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