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영향으로 급기야 내친김에 <징비록>까지 읽었다. 

그동안 읽어야지 마음은 있어도 손을 대지 않다가 영화 한 편이 메마른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들어 준 셈이다.
 
징비록 - 10점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서해문집
징비록(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오래된 책방02)

이번에 읽은 책은 징비록 1, 2권 그리고 녹후잡기 세 편을 번역한 책이었다. 

한 사람의 기록이 이토록 전쟁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가히 조선의 위정자들은 "기록"을 소중히 여겼음을 단적으로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상황을 시간순으로 잘 정리하여 서술하고 있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 <명량>으로 이순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니 <징비록>에서도 이순신에 대해 쓰여진 대목을 체크해 보았다. 모두 여섯번 등장한다.

1. 이순신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한 일
2. 전라수군절도사 이순신이 거제도 앞바다에서 왜적을 크게 물리친 일
3.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하옥당한 일
4.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일
5.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진도 벽파정에서 왜적을 물리치고(명량해전) 이후 명나라 장수 진린과 협조하게 된 일
6.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의 노량해전 전투와 죽음, 이순신에 대한 애도의 글

특별히 마지막 여섯번째에서는 이순신에 대한 애도와 평가의 글을 상대적으로 많이 할애한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유성룡이 이순신을 천거했기 때문에 각별한 애정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주목할 점은 녹후잡기에서는 여러차례 임진왜란의 전조가 있었음에도 대비하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 그리고 후손들이 다시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려는 한 나라 지도자의 애끓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와 관련한 몇몇 구절을 옮겨 적는다.

"큰 일이 일어날 때에는 비록 사전에 알지는 못할지라도 이상한 조짐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앞서 이 내용을 기록했지만 다시 한 번 특별히 기록하는 까닭은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이다."

KBS 1TV가 대하사극 '정도전' 후속으로 유성룡의 이야기를 다룬 '징비록'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꼭 시청하련다.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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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장기 둘 때 상()이 직선으로 한칸, 대각선으로 두칸 가는 거 맞지?"
"응, 맞아"
"D(친구)랑 장기 두는 데 아빠가 얘기 좀 해 줘"

그러면서 친구가 듣도록 전화를 넘겨 준다. 아마도 친구랑 장기를 두는데 둘의 주장이 서로 달랐나 보다. 얼마 전부터 장기를 가르쳐 주었는데 재미 있어 하더니 그 새 친구랑 장기를 두는 모양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홀로 기분 좋아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들이 아빠가 가르쳐준 걸 기억하고 친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기특했고, 아빠를 믿고 의지한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더해졌다. 자신을 믿어주고 힘이 되어줄 이로서 아빠에게 연락을 하는 상황이 마치 나에게 '너 아빠 노릇 좀 하는구나' 하는 유치한 자랑스러움으로 솟아 올랐다.

아들은 초등3년생이다. 
언제까지일까? 아빠가 하는 말을 순수하게 절대 진리인 양 믿고 따를 시기가. 
조금만 더 지나면 아빠 말이 틀렸네, 구시대적 잔소리네 하면서 뭉갤 날이 곧 다가오겠지. 그리고 사춘기의 반항의 시기를 맞이하겠지.
커다란 산이라 여기던 아빠의 모습이, 알고보니 소심하고 겁 많고 비겁쟁이 아빠였음을 알아채는 날이 오겠지.
피할 수 없는 날이 언젠가 다가올텐데... 그 때가 되면 아빠의 말을 얼마나 믿어줄까. 아니 듣기나 할까?

아들아 네가 좀 더 장성하여 머리가 굵어지는 그 때가 오더라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눈꼽만큼이라도 아빠가 네가 기대고 의지할 나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욕심일까? 그래도 기대하며 너를 키운다. 아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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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과 도서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이순신> 책과 함께한 8월의 시작, 그리고 영화 <명량> 관람

영화 <명량>을 보고 왔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이순신' 장군에 관한 책 한권을 미리 독파했다.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서는 마음의 설레임에 단 하루도 더는 영화 보는 날을 미룰 수 없었다. 

영화는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당하고 고문을 당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막이 오른다. 이어 발발한 정유재란, 원균의 패배와 왜군이 파죽지세로 북상하는 과정.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었다는 짧막한 해설이 이어지고, 첫 대사가 군사회의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순신 장군을 중심으로 그렸지만 장군의 인격적 면모보다는 명량해전에 초점을 맞춘 영화

영화는 제목처럼 <명량> 해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어 구성된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그 전의 과정이 너무도 짧게 소개되고 있는 점은 못내 아쉬웠다. 고문 당하는 죄인의 신분에서 구명된 후에 백의종군하게 되고 원균이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하고서야 이순신 장군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자로 재임명되는 과정, 그 때부터 다시 힘겹게 흩어진 군사를 집결하는 험난한 여정이 생략된 채 곧바로 명량해전을 앞둔 적과의 대치상황에서 영화가 시작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 지경까지 오게 된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애국충정이 관람객에게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까 우려가 되었다.

영화 <명량>은 묵직한 중량감이 있는 영화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두려움에 찬 병사들을 이끌고 이순신 장군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 승리를 하게 되었는지를 감독은 해상 전투 장면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 것 같고, 그것은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있었던 해상전투 중에서 가장 극적인 해전이었던 명량해전을 이순신 장군을 중심으로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며 그려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결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순신에 관한 영화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진정한 울림을 얻을 수 있기를...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적셔진 울림은 이순신 장군의 "지극한 정성" 이었다. 자신의 조국 조선이라는 나라를 향한 애국충정, 백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제민정신, 가족을 향한 애끓는 사랑, 태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스스로 승리의 여건을 갖추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유비무환의 정신과 자주적인 의지. 어떤 것에도 소홀함이 없이 지극한 정성으로 임했던 이순신 장군을 다시금 가슴에 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영화 <명량>에서 이런 부분이 조금은 보여지고 있으나 그 절절함을 전해주는 감동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영화 <명량>을 통해서 통쾌한 승전을 맛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순신> 장군에 관한 책 한 권을 더불어 읽으며 참된 지도자 앞에 선 감동과 가슴에의 울림을 받으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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