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존경받는 경영자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불타는 투혼'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순전히 기업 경영에 관한 그분의 통찰을 듣고 싶은 마음에서 읽었고 짧은 분량의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막상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 땐 두려움과 긴장된 마음이 일었습니다. 한마디로 역사적인 긴장감을 더 분명하게 느끼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 우리나라 부산 해안 끝에서 일본 쓰시마 섬(대마도)까지는 불과 50km 정도입니다. 마라톤 거리인 42.195km를 프로 선수들은 2시간에 달리니 만일 바다가 아니라 육지로 연결되어 있다면 달려서 2시간 3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인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 경쟁을 설명하면서 일본은 늘 우리에게 애증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며 장기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 그러고보니 정말 20년 전까지만 해도 일제가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연코 중국입니다. 


일본은 과연 회생할까요? 일본은 지금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불타는 투혼은 작금의 일본 경제 상황에 대해 경영자들이 가져야 할 사명을 쓴 책입니다. 부제가 '침체와 불황에서 되살리는 투혼의 경영'입니다. 제목만 보아도 활활 뜨겁게 타오르는 저자의 열정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책 초반부에는 이웃나라인 한국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 왔는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보니 느낌이 남다르기도 하고 자긍심도 느껴집니다. 물론 거대 중국의 무서운 기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구요.


이나모리 가즈오는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일본의 근현대사를 언급하는데요, 일본은 부국강병의 길을 걸어왔다고 평가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강병의 길을, 패전 이후에는 부국의 길을 좇아 매진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일본은 40년을 주기로 흥망성쇠를 겪었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지금 일본의 회생이 중대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40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그 절정이 1985년이었으며 이후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30년 가까운 시일을 보낸 것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2025년까지 남은 10년이라는 기간은 일본이 불타는 투혼으로 회생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의 요약은 어렵지 않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입니다. '불타는 투혼' 이것이 없이는 기업 경영자는 그 어떤 부흥도 일궈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국민 일본인, 특히 경영자들을 향한 쓴소리를 하기로 작정하고 쓴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일본에 이런 인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본은 회생할 것이고 국제무대에서 다시금 강력한 강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감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자로서 경제 회생에 관해서만 언급하고 있지만, 제게는 한편으로 섬뜩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경제 부흥으로 부국의 길을 꾀함과 동시에, 자위권 해석 확대로 이미 강병의 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일본은 '부국과 강병' 두가지를 모두 취하는 길을 걸으려 한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해 보입니다. 그 결과가 이제 10년 남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일본이 독도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도 이 부국강병 노선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 국가들이 신사참배를 그토록 반대하는데도 잠잠할만 하면 신사참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이유로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결코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일본만이 아닙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우리나라 주변 4대 열강이 모두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패권을 다투는 지금의 모습은 흡사 100년전 구한말 근현대사의 모습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필히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던 한 역사학자의 강연이 생각납니다. 일본의 경제 회생을 역설하는 불타는 투혼을 읽으면서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경영자를 존경하게 됨과 동시에 우리가 처한 현실에의 안타까움이 겹쳐지며 다른 한편에서 그 역사학자의 외침을 기억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위정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이 나라를 바로 세우도록 힘써야 하겠지만 평범한 시민인 우리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철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일제치하와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었던 100년 전의 참혹한 모습을 다시 겪어서는 안 될 테니까요. 저는 요즘 틈나는대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다시 본다는 표현보다는 새로 공부한다는 것이 더 맞겠네요. 역사에 문외한이었던 것에 대한 반성에서이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개인과 사회,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알고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것 같은 마음에서입니다. 


일본은 부국강병의 길을 걸어 갑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요? 부디 우리나라 재계와 정치 지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도 나름의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도서정보 (사진 또는 도서명을 클릭하시면 도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불타는 투혼 - 10점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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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스트 오퍼>를 접하게 된 데는 '미술품 경매'라는 낯선 세계에의 호기심. 일상 생활과 꽤나 먼 거리감이 있는 삶의 사람들에 관해 어떤 인생들이 나올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줄거리도 잘 읽어 보지 않고 의심없이 영화 스토리를 따라 빠져들었다. 



베스트 오퍼 (2014)

The Best Offer 
 8.4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제프리 러시짐 스터게스실비아 호에크스도날드 서덜랜드필립 잭슨
정보
미스터리, 로맨스/멜로 | 이탈리아 | 131 분 | 2014-06-12
다운로드글쓴이 평점  



약간 강박증이 있어 보이는, 미술품 감정사이자 유명 경매인인 주인공 '버질 올드먼'의 묘사를 보면서 인간 심리에 대한 영화인 듯 했다. 그러더니 미술품을 사기로 모으는 주인공을 보면서는 경매 사기극에 대한 영화인 듯 보이기도 했다. 어떤 저택에 미술품 경매 처리 의뢰를 받고 방문했다가 금속 톱니바퀴를 발견하고는 몰래 주워다가 기계 전문가에게 문의하고 이내 그것이 '로봇' 부품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는 후반부에 로봇이 완성될 때 밝혀질 비밀을 찾아가는 스토리인 듯도 했다. 


이토록 순진하게 의심없이 본 탓일수도 있겠지만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나중에라도 영화를 볼 분들을 위해 반전 소개는 하지 않으렵니다) 


아무튼 묘한 향기를 뿜어내는, 스펙터클한 장면이 없으면서도 배우들의 빼어난 심리 묘사 때문인지, 보는 내내 빠져들게 하는 영화였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 가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를 볼 때 멋진 배우들을 보는 것도 한 재미 하건만, 이 영화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주인공인데도 꽤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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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코치협회에서 《코칭을 소개합니다》 동영상을 제작했다. 코칭이 무엇인지 궁금한 분에게 짤막한 4분짜리 영상으로 쉽게 이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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